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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싸늘하게 불기 시작하면 주부님들의 마음이 가장 바쁘고 설레는 시기, 바로 김장철이 다가옵니다. 텃밭에 정성껏 키운 배추를 언제 수확해야 속이 꽉 차고 가장 맛있을지, 혹은 가장 맛있는 배추를 사려면 언제를 노려야 할지 고민이 많으시죠?
혹시 배추는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저장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너무 이르면 배추가 물맛이 나고, 너무 늦으면 얼어서 아삭함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년 김장 맛을 좌우하는 가을 배추의 정확한 수확 시기와 수확할 때 꼭 알아야 할 팁, 그리고 강원도 지역별 차이까지 꼼꼼하게 알아보겠습니다.

1. 김장 배추란? — 가을 배추의 중요성
우리가 흔히 '김장 배추'라고 부르는 것은 '가을 배추'입니다. 배추는 재배 시기에 따라 봄, 여름(고랭지), 가을 배추로 나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을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천천히 자라 조직이 단단하고 수분이 적으며, 잎에 당분을 축적해 단맛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저장해두고 먹는 김장 김치에는 이 가을 배추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배추 수확의 적기 — 파종 후 80일에서 90일 사이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수확 시기는 언제일까요?
일반적으로 김장 배추는 파종(씨앗 심기) 후 약 80일에서 90일 사이가 수확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모종을 심었다면 정식(모종 옮겨심기) 후 약 60일에서 70일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됩니다.
하지만 날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날씨'입니다.
💡 핵심 포인트: 배추는 서리를 맞아야 달다!
배추는 영하의 날씨에 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잎 속의 수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작용을 합니다. 이 때문에 약한 서리를 2~3번 정도 맞춘 뒤에 수확한 배추가 조직도 단단하고 아삭하며, 풋내가 적고 단맛이 강해집니다.
즉, 겉잎이 짙은 녹색을 띠고 손으로 눌러봤을 때 속이 단단하게 꽉 찬 느낌이 들면서, 첫서리가 내린 후 며칠 지났을 때가 최고의 '골든 타임'입니다.
3. 수확 시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수확 시기를 정했다면, 이제 제대로 수확할 차례입니다. 며칠 간의 날씨와 수확 방법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 반드시 맑은 날 수확하세요
비가 오거나 땅이 질퍽한 날 수확하면 배추가 물을 많이 머금어 무르기 쉽고 저장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수확하기 최소 2~3일 전부터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수확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추운 새벽보다는 해가 뜬 오전이 적당합니다. 밤새 얼었던 배추가 살짝 녹으면서 아삭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 밑동을 정확히 잘라주세요
배추의 가장 아랫부분(뿌리와 만나는 부분)을 칼로 정확히 잘라냅니다. 이때 너무 위를 자르면 잎이 다 풀어지고, 너무 아래를 자르면 흙이 많이 묻어날 수 있습니다. - 겉잎은 2~3장 남기세요
수확 직후 지저분한 겉잎을 모두 떼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 김장을 하지 않고 보관할 예정이라면, 가장 바깥쪽의 겉잎 2~3장은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겉잎이 속의 노란 잎을 감싸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4. 지역별 수확 시기 차이 — 강원도 고랭지와 평야지
물론 이 수확 시기는 지역별 기온 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특히 강원도처럼 고도 차이가 큰 지역은 더욱 그렇습니다.
- 강원도 고랭지 (평창, 태백 등):
이 지역은 여름이 서늘해 '여름 배추' 또는 '고랭지 배추'를 재배합니다. 우리가 여름~초가을에 먹는 배추가 바로 이것이죠. 이미 8월 말에서 9월 중순에 수확이 대부분 마무리됩니다. - 강원도 평야지 (춘천, 원주, 강릉 등) 및 중부지방:
이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이 바로 '김장 배추'입니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고려할 때, 10월 말부터 11월 중순(입동 전후)까지가 수확의 적기입니다. 춘천, 원주 등 내륙 지역이 강릉 같은 해안 지역보다 조금 더 빨리 수확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남부지방:
중부지방보다 기온이 따뜻하기 때문에 수확 시기가 조금 더 늦습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수확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5. 수확 후 장기 보관 방법
수확한 배추를 바로 김장에 쓰지 않고 며칠 혹은 몇 주간 보관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추는 '얼지 않게, 하지만 서늘하게' 보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음은 상황별 권장 보관 방법입니다.
| 보관 장소 | 적정 온도 | 습도 | 보관 팁 |
|---|---|---|---|
| 베란다/냉암소 | 0~5℃ | 90~95% | 겉잎을 떼지 않은 상태로 신문지로 감쌉니다. 뿌리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 김치냉장고 | 0~2℃ | 90% | 겉잎을 2~3장 남기고 신문지나 랩으로 한 포기씩 감싸서 보관합니다. |
| 땅속 (전통 방식) | (자연 유지) | (자연 유지) | 마당이 있다면 짚으로 묶어 얼지 않을 깊이로 묻는 것이 가장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입니다. |
6. 맛있는 배추, 수확 타이밍이 좌우합니다
김장은 1년 농사 중 가장 큰 마무리 작업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좋은 재료를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김장 배추는 파종 후 80~90일이 지나고, 맑은 날씨가 이어질 때, 약한 서리를 두어 번 맞춘 시점에 수확하는 것이 가장 아삭하고 달콤합니다.
조금만 시기에 신경 쓰셔서, 올겨울 내내 맛있는 김치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